동쪽을 그림으로 수집하는 윤의진의 [동쪽 수집], [동쪽 소식]을 이은 세 번째 동쪽 시리즈 그림책이다.
동쪽의 풍경을 바라보며 매일 빗자루질 하듯이 쓱싹쓱싹 마음을 매만졌다. 그럼에도 절대 쓸려가지 않은, 꼭 전해야 했던 나의 이야기.
사랑받고 사랑하는 힘을 키우는 시간을 담았다. 바다와 숲과 나무가 자유롭게 숨 쉬는 동쪽 마을에서 상처를 안고 미래를 꿈꾸는 이들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상처나 트라우마의 극복은 한순간에 기적적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대부분
일평생을 괴로워하며 꾸역꾸역 끌어안고 살아간다. 그래서 영영 극복하지 못하
는 것처럼 보인다. 영원히 그 속에 갇혀버린 것처럼.
하지만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일상을 유지하고 삶을 계속 살아내는 것
으로 그것을 증명한다.
아주 자세히 보면 1밀리미터씩, 혹은 지렁이가 조금씩 기어서 전진하는 것만큼,
아니면 엉금엉금 느릿한 거북이의 걸음걸이로.
우리는 그렇게 바다에 도착하고 만다.
미래로 나아가고야 만다.
[우리의 동쪽]은 그 긴 시간 속의 한 토막을 잘라 만든 그림책이다. 그 작은
토막을 확대, 확대, 플러스 확대하여 만들었다. 주인공은 번뇌하고 즐거워하고
외면하다 행복을 꿈꾼다. 지겹고 신물 나는 고통과 희망을 끊임없이 반복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끝없는 수축과 팽창은 나아가는데 분명한 효과가 있다.
내 치유의 열쇠는 동쪽의 자연과 소중한 친구였다. 그래서 이 책을 만들 수 있었
다. 지긋지긋한 반복을 다시 반복하며 나의 모순과 괴로움을 인정한다. 그래도
이것들이 극복의 과정인지라, 그만두지만 않는다면 따뜻하고 아름다운 다음 장
을 꿈꿀 수 있다.
오로지 내가 나아가는 것만을 굳건히 신뢰하며 내일을 맞이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