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키의 자서전

우린 모두 '위대한 혼자'다.
쓸쓸한 모든 이에게 전하는, 서정배의 에세이와 그림

공허함, 우울함, 외로움에서 비롯한 감정을 다루는 예술가의 책을 소개합니다. 미술가 서정배는 온연히 홀로 느낄 수 있는 고독한 정서들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해왔습니다. 특히 키키(KIKI)라는 존재에게 감정을 투영하는 과정을 거치며 특유의 색채와 분위기를 담은 수많은 작품들을 창작했습니다. 서정배는 일상에서 느낀 뜻하지 않은 기쁨, 고독, 외로움, 불안과 절망의 에피소드를 『검은담즙』이라는 글로 묶어서 소개합니다. 이번 <키키의 자서전>에서는 한국에서 쓰여진 이야기들을 새롭게 공개합니다. <키키의 자서전>은 지난 20여 년간 작가와 함께 성장한 키키의 다양한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 3명의 필자가 바라보는 작품 속 이야기
큐레이터, 미술기자, 미학가 등 미술계 곳곳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3명의 필자가 서로 다른 관점으로서정배의 글과 그림을 다채롭게 조명했습니다. 작가가 즐겨 사용하는 색채와 선을 예술심리학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거나 키키의 서정적 서사에 주목하는 등 작품을 깊이 있게 볼 수 있게 도와주는 글을 담았습니다.

2008년부터 키키(KIKI)라는 가상의 인물을 중심으로 에세이 "검은담즙"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 이와 더불어 회화와 드로잉, 설치, 애니메이션 등의 시각 매체를 탐구하며 미술 작가로서의 작업을 지속해왔다. 요즘은 작가 서정배와 제3의 인물 키키가 조우하며 그려낼 또 다른 세상에 대해 연구 중이다.
건국대학교 회화학과와 성신여자대학교 조형대학원 동양화과, 프랑스 파리1대학 조형예술학과에서 조형예술학으로 석사, DEA와 박사를 졸업했다. 한국과 프랑스에서 개인전 11회와 다수의 단체전을 열었다.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스튜디오 화이트블럭, 영은미술창작스튜디오, 팔복예술공장에서 입주 작가로 활동했다. 현재는 호숫가에 있는 고양예술창작공간 해움에서 사색하며 작업한다.

Instagram:

서정배-검은담즙 La Bile Noire (109)
김해리-성실한 고독 (157)
한의정-나와 키키들이 함께 부르는 노래 (160)
김유빈-불안해서, '위대한 혼자' (164)

『검은담즙』 #58 中

3pm
그녀는 침대에 누워있었다.
검은 커튼으로 슬며시 들어오는 빛을 보면서.
왠지 건조한 오후다.

3pm
그녀는 중요한 일을 처리하기 위해 공공기관에 전화를 하고 있었다.
산다는 것, 생활한다는 것, 사회의 일원으로 제대로 산다는 것은, 몇 가지 해야할 일이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사회 속에 누군가로 산다는 것은 참으로 귀찮은 역할이라는 생각을 했다.

3pm
그녀는 마음이 급했다.
저녁이 와서 포도주를 마시며 놀고 싶다고 생각했다.

3pm
그녀에게 아무일도 없는 따뜻한 오후였다.
그리고, 마음 속으로, 괜찮다… 참 괜찮다… 정말 괜찮다…
라고 생각했다.

3pm
무엇에 집중하는 순간은 좋다. 시간을 보니, 오후 3시가 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