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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 그리고 오늘의 행복을 모읍니다
저자: 황지운
출판사: 유미주의
출간일: 2022-11-28
분야: 에세이
제본: 무선제본
쪽수: 152p
크기: 130*250 (mm)
ISBN: 9791198098306
정가: 20000원
내가 나로, 힘을 갖는 순간을 묻습니다
전라남도에 살고 있는 여섯 명의 여성들을 만났습니다. 여섯번 같은 질문을 하면서 여섯번 내 삶을 돌아봤습니다. 여섯명의 각각 다른 대답을 들으면서, 여섯번 더 행복했습니다. 행복한 순간이 늘었습니다. 처음 보는 그들에게 오래 알고 지낸 듯한 친근함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당신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행복한가요?
기록되지 않는 기록을 엮었습니다
구술사를 좋아합니다. 말을 기록하는 순간, 그 말은 힘을 갖거든요. 사람들을 만나서 역사적인 사건에 대한 얘기를 들을 때가 많았습니다. 이미 다른 곳에서도 몇번씩 인터뷰를 한 사람들은 자신이 겪은 역사적 사건에 대해서 술술 이야기를 합니다. 저는 재작년에 다른 곳에서 했던 말과 토씨 하나 안틀리는 사람들의 말을 기록하면서 그러려니 했습니다. 큰 사명감과 역사의식을 느꼈죠. 아 그렇구나, 저게 역사적 사실이구나.
작년에 어떤 구술사 작업에도 참여하지 않은 분의 인터뷰를 채록했습니다. 기억을 더듬느라 자주 말을 더듬고, 한참을 머뭇거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들은 지금은 다른 일을 하며 살지만, 그때 너무 행복했다고 말했습니다. 행복했다라는 말에 녹취록을 정리하다가 말고 눈물이 났습니다. 머뭇거리며 더듬는 기억이 토씨 하나 안틀리고 줄줄줄 읊는 사람들의 말보다 더 큰 힘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저는 처음으로 유려하고 거대한 역사의 말을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 말을 기록하면 힘이 됩니다. 보통의 사람들의 말의 힘은 어떨지 궁금했습니다.
각각 다른 그들에게 물었습니다. 행복한 순간은 언제인가요?
그래서 행복을 물었습니다.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현장에 있어서, 세계에 이름을 알린 사람은 만나지 않았습니다. 공식적이고 유명하다고 인정받은 사람들이 아니라 살아서 숨쉬며 열심히 일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위대한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전라남도에서 생산자로 일하는 다섯명의 여성 생산자와 스무 살 때부터 활동 반경이 전세계적이었던 한 명의 여성을 만났습니다. 모두 전라남도에서 산다는 것, 여성으로 태어났다는 것 말고는 아무런 공통점은 없었습니다.
그들에게 똑같은 질문을 했습니다. 나이를, 가족관계, 출신지역, 출신학교는 묻지 않았습니다. 어떤 직업을 가진, 누군가의 관계로 증명받는 관계가 아닌 오로지 나 혼자만을 기록할 수 있는지가 궁금했습니다.
뚜님은 공동체 생활을 할 때 친구들에게 ‘반했다’는 표현을 쓰면서, 빼마님은 닫힌 가게 문에 얼굴을 바싹 대고, 가게 안을 처음 보던 순간을 이야기하면서, 임영희님은 과수원 한쪽에 아이들을 위해 심은 꽃과 나무들을 말하면서 카메라로도 찍는 게 미안할 정도로 눈을 반짝였습니다. 김원숙님은 체제 전복을 이야기 하면서도 밭에 작물을 심어놓고 나면 매일 가서 들어다보고 싶다고 말하며, 정경심님은 과수원에서 혼자 일할 때는 노래를 크게 틀어놓고 춤을 춘다고 말하면서, 서수원님은 뜨개질을 하거나 친구와 차를 마시면서 문득 ‘나 이런것도 하네? 행복하다’고 느낀다면서 눈도 같이 행복해 했습니다.
그래서 여기에 내가 들은 행복의 기록을 공유합니다.
뚜님은 터닝포인트라는 질문 하나로 한시간동안 이야기를 했습니다. 목포에서 친구들과 반하며 살았던 모든 순간이 터닝포인트라고 말했습니다. 나다움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했습니다. 김원숙님은 외교관을 꿈꾸던 여고생이 학생운동에 뛰어들면서 지금이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물어봤죠. 지금 다시 열아홉의 나를 만난다면 학생운동 하지 말라고 말할 수 있냐고요. 아니라고 하시더군요. 정확히는 못하겠다고 했습니다. 그 말이 내가 들었던 어떤 사명감과 역사의식보다 힘이 더 컸습니다. 듣고 있는 내가 행복했죠. 나만 행복할 수 없으니까 여기 여섯명의 행복을 드립니다. 함께 행복해집시다.
황지운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안녕, 피터」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지은 책으로 『나는 에디터다』(공저)와 동화 『정정당당 해치의 그렇지 정치』, 소설집 『올해의 선택』, 엽서북 『자기 전에 읽는 글/그림들』(공저)이 있다.
서울과 제주에서 살다가 지금은 광주에서 영식이, 복희 두 고양이와 함께 겨울이면 거실까지 길게 햇살이 들어오는 집에서 글을 쓰며 지낸다. 고양이들과 함께 알 수 없는 춤을 추는 시간을 세상에서 가장 좋아한다.
Instagram: https://www.instagram.com/hwang_ji_unn/
내가 찾은 행복을 공유합니다
귀농 0년차 뚜
가게 중문만 보고 나주에 가게를 낸 빼마
엄마라는 말이 가장 좋은 임정희
어쨌든 작물을 보면 행복한 김원숙
해질넠 개들과 편하게 산책하는 정경심
소소한 일상이 충분히 행복한 서수원
도판
전라남도에서 살고 있는 여섯 명의 여성에게 물었다. 대답은 제각각이었지만, 행복의 순간을 말하면 눈이 반짝였고, 기뻐했다. 덩달아 행복해, 인터뷰를 하는 동안 그들의 이야기에 빠져 꿈속을 헤맸다. 다른 사람들의 행복을 엿보고 싶었을 뿐인데, 나의 행복한 순간이 늘어버렸다. 그리고 나는 처음 혹은 낯선 그들을 온전히 이해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엮은이의 말
상대방과 어떤 이야기를 나눌 때 가장 솔직하고, 상대에 대해서 잘 알 수 있는지, 온전히 서로를 이해한다고 느꼈는지 생각해보면 쉬울 것이다. 우리가 상대를 온전히 이해하는 질문은 직업을 물어봤을 때가 아니라, 상처받았던 순간은 언제였는지, 첫 번째 일기장에는 어떤 이름을 붙였는지일 것이다.
-엮은이의 말
서로 이익을 보려는 게 아니라 그냥 다 내어줄 수 있는. 그래서 누가 좀 힘들어 보이거나 이제 막 떠나려고 하거나 이런 친구들 있잖아요. “와서 밥 먹고 가”하면서 막 다 준비해서 먹이고.
-귀농 0년차 뚜
근데 나 고백하면 서울에 가면 설레요. 화려한 불빛에, 서울역에서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가면 기분이 너무 좋아요. 나주는 차가 없으니까 반경만 돌아다닐 수 있고 히말라야에서 온 저는 좋은 자연도 하루이틀이죠. 서울은 차가 없어도 거미줄처럼 다닐 수 있잖아요. 조명도 반짝반짝하고.
-가게 중문만 보고 나주에 가게를 낸 빼마
뜨개질도 좋아해서, 뜨개질 할 때 ‘나 이런것도 하고 있네. 행복하다’생각해요. 소소한 일상에도 행복을 잘 느껴요. 사람이 계속 행복하면 그게 행복인지 모르고 살잖아요. 힘들다가 한 시간이라도 잠깐 행복하면 그게 큰 행복으로 와 닿아요. -소소한 일상이 충분히 행복한 서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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