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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 SEIZE THE MOMENT
저자: soboro & nicole
출판사: 수민문화
출간일: 2021-02-02
분야: 에세이
제본: 무선제본
쪽수: 224p
크기: 148x183 (mm)
ISBN: 9791197869006
정가: 23000원
무작정 사표를 던지고 떠나온 제주에서의 삶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7년간의 순간들에 어떤 변곡점이 있었는지,
붙잡고 싶은 ‘순간’들을 사진과 글에 얹어 시시콜콜 꺼내어 봅니다.
10년간의 디자이너 생활을 접고 서울에서 제주로 이주,
소소해 보이지만 로맨틱한 제주의 일상을 그리고, 쓰며, 살고 있습니다.
1인 출판사, 에어비앤비, 카페를 하고 있으며 본업은 주부입니다.
디자인한 책으로는
독립출판 문학 동인지 [BY.L 바이.엘] '스토리 닷'의 [내가 좋아하는 것들, 집밥], [내가 좋아하는 것들, 산책]이 있고
'가디언'의 [엄마의 주례사 개정판]에 사진으로 참여 했습니다.
blog - https://blog.naver.com/likihong
instagram - moment.in.jeju
Instagram: suminmunhwa
프롤로그
갤러리 38 ······ 8p
버티는 카페 ······ 20p
우리의 모먼트 ······ 68p
보물섬 제주 ······ 102p
나만의 양식 ······ 118p
가시리 ······ 134p
어쩌다 집사 ······ 162p
여유 물질 ······ 178p
아름다운 고립 ······ 198p
7년간의 사랑 by Nicole ······ 216p
나는 지금 누군가가 그토록 열망하는 삶을 사는 남자다. 끝없이 과제를 부여하는 오래된 집과 여름 모기와 함께하는 풀베기, 벌레들과의 전쟁(가끔 뱀도 나와준다). 이런 별책부록 같은 것들로 초롱초롱한 고객님의 눈빛을 짓밟을 수는 없다.
늘 너무 비겁했다. 이런저런 장애물을 핑계로 행복을 부정해 왔다. 저 사람은 다 가졌다고 말하는데 나는 늘 아직 멀었다고 말했다. 올해는 가진 것들에 집중해야겠다. 조용히 숨을 고르고 그것들을 사랑해 주어야겠다. 사랑이 차고 넘쳐서 그분을 다시 만났을 때, "네 정말 행복합니다!" 할 수 있으면 좋겠다.
- 67p
오래된 것을 사랑하는 우리는 대전집에 갈 때마다 싱크대 구석에 있는 그릇들을 가져온다. 엄마가 신혼 때 샀던 그릇도 있고 할머니에게 물려받은 그릇도 있다. 기쁜 일 슬픈 일 함께한 아이들이지만, 짝을 잃고 금이 가면서 싱크대 구석으로 밀려났다. 테두리의 은장식은 닳고 닳아서 희미하게 흔적만 있고, 뒤집어 보니 이름도 정겨운 살구꽃이다.
커피를 정성껏 내리고 살구꽃 접시에 쿠키를 담는다. 쿠키를 하나 집어 드니 접시 한쪽에 얼굴이 희미하다.
우리 집 접시에는 할머니도 있고 엄마도 있다.
- 111p
할머니와 감나무 아래의 땅을 파고 삐삐를 묻었다. 평소에 좋아하던 고등어 뼈도 같이 묻어 주었다. 입가가 짭짤해졌다. 눈물이 콧물과 섞여 뺨을 타고 흘렀다. 삐삐를 안고 군가를 부른 형이 미웠고, 말리지 못했던 내가 더 미웠다. 이후 얼마간 삐삐가 꿈에 나왔다. 삐삐는 온몸의 털이 축축하게 젖어 있었지만, 화를 내지는 않았던 거 같다. 그냥 저만치서 나를 바라보다 사라졌다. 졸업하고 중학생이 되면서 어느새 삐삐는 잊혀졌지만 마흔이 훌쩍 넘은 지금도 하얀 털에 회색 얼룩이 섞여 있던, 작은 배로 들숨 날숨을 내쉬며 그르렁거리던 삐삐가 눈에 선하다.
-163p
손님들은 잘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우리를 안심시켰다. 손님을 걱정하는 주인과 주인을 걱정하는 손님이라니, 니콜은 산타페를 끌고 출근했고,(자랑스러운 사륜구동이다.) 수민이를 데리고 놀이터에 가서 눈사람을 만들었다. 사실 만들지 못했다. 좀 커질라치면 눈덩이를 들고 와 아빠에게 던졌기 때문이다. 꼬꼬마일 때라 1m도 날아가지 않았다. 일부러 몇 방 맞아 주고는 다시 몇 방을 갚아 주었다.
그네도 탔다. 아니 밀어 주었다. 쇠줄의 냉기가 가죽장갑을 뚫는 것 같았다. 그러고는 집에 와서 떡볶이를 해 먹었다. 파와 양파를 송송 썰어 넣고 어묵도 푸짐하게 넣었다. 물에 씻어 줘도 매운지 콧물을 줄줄 흘렸다. 소매로 쓰윽 코를 훔치는 수민이를 보며 함께 웃었다. 이틀을 꼬박 내린 눈은 30cm가 넘는 적설량을 기록하고 녹아내렸다.
-198p
그는 정말 괜찮았다. 아니 오히려 그런 힘겨운 일들을 하면서 모먼트를 더 사랑하고 있었다. 회사에 다니느라 주말에나 한 번씩 와서 하루 묵었다가 가는 나는 몰랐다. 온 힘을 들이고 온 마음을 들인 것에 대한 애정은 본인밖에 모르겠지.
어린 왕자는 장미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너희는 내 장미와 달라. 아직은 아무것도 아니야.”
라고 장미들에게 말했다.
-중략-
그러나 너희들 모두보다 내게는 내 꽃이 더 소중해.
왜냐하면 그것은 내가 날마다 물을 주는 꽃이니까.
그리고 내가 날마다 유리로 보호해 주는 꽃이니까.
또 바람막이를 대주며 잘 보호하는 꽃이니까.
왜냐하면 그것은, 바로 내 장미꽃이니까….”
- 생텍쥐페리 『어린 왕자』 중에서 -
그에게 모먼트는 어린 왕자의 장미 같은 것. 그래서 그 순간들을 잡고 또 기억하고 되살리며 이렇게 책까지 만들어내는 것이 아닐까.
그를 존경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 by Nicole -
-221p
상품명 | SEIZE THE MOMEN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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