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해

"스물셋에도 스물다섯에도 스물일곱에도 엄마 손을 놓친 아이처럼 불안하다.
내 시계는 어딘가 고장 난 건지 영 느리고, 한 바퀴쯤 뒤처진 달리기를 하는 것 같다.
숨은 가쁘고 마음은 조급하고, 어쩐지 부끄럽다."
너무 큰 이상과 게으른 몸과 따라주지 않는 현실로 가득한 20대의 우울감을 담은 에세이집입니다. 자주 무기력하고 자책하던 20대의 밤을 30대엔 심상하게 건너다 보게 되지 않을까 했지만, 지나간 글을 보면 그때의 후회와 불안은 외피만 바꿨을 뿐 여전함을 느끼게 됩니다. 한여름의 수풀처럼 자라는 불안을 안고 잠드는 이들에게 이 짧은 글들이 친구가 되기를 바랍니다.

분투하는 일상에서 쉽게 증발해 버리는 생각들, 내면으로 끊임없이 가라앉는 기억을 수거하려 글을 쓰고 있습니다.
중남미 여행기를 담은 <여행을 위한 모든 핑계>, 이십 대의 무력감과 허무함만을 담은 <우울해> 2권의 독립출판물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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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
무엇과 어떻게와 왜_10
아무것도 아닌 일_11
뜨거운 적 없다는 사실_12
여름 낮_13
막연함_14
빗소리_15
저녁형 인간_16
쓸모없는 창문_18
실체 없는 이상_19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_20
때로 너무 쉬운 죽음_22
짐작에서 오는 불안_23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는 말은_24
아무것도 아닌 날들_26

<허무, 잘모르겠는 나>
하고 싶지 않은 말을 가장 많이 하며 살고 있어_30
평범함의 비참함_32
나의 속도는 너무 느리고_33
출근_34
아직 긴 인생_35
청춘이란 단어_37
한 사람_38
잘 모르겠는 나_40
도서관_42
서른_44
어떤 척_46
셀 수 있는 시간_47
그 정도는 아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아니지만_49
집으로 돌아오는 저녁_51

<관계의 허무>
모두가 각자의 슬픔_54
스침_55
타인을 이해하는 일_56
시간이 파놓은 강_57
관계의 어려움_58
너에게 가 닿을 수 있는 최대치_60
하찮지만 현재인 관계_61
모두가 각자의 한계_62
짧아지는 대화_63
너_64
가족_66
악의 없는 방해_67
한때는 세상의 전부_69

<그럼에도 다시 일어나 보려는 시도>
내가 보는 타인의 일부_74
돌아오는 가을_76
경험해야 안다_78
연결_79
연말_80
좋아하는 것과 일_82
후회하는 나에게_84
무용의 필요성_86
방_87
걷기_88
겨울 바다에서_89
합리화_90
게임을 한 판 두 판 깨나가듯이_92

수많은 매체와 사람들이 그렇게 강조하고 독려했지만 한 번도 뜨거워 본 적 없었다. 생의 활기는 봄바람처럼 너무 금방 스쳐 지나가고 의욕은 언제 솟구칠지 모를 오래된 분수 같다. 늘 슬픔과 무기력 곁을 맴돌면서 동아줄이 아닌 그것을 끊어내지 못했다. 내 게으름은 얼마나 끈질긴 것이었을까. 마음 부서지게 사랑하지도, 머릿속이 묵직하도록 골몰하지도, 갈망하거나 상처받지도 않았다는 사실은 늘 거기 있고 불현듯 떠올라 마음을 짓누른다. 12P

일상을 살아가는 나는 물론 나이기도 하고 내가 아니기도 하다. 점점 내가 아닐 때가 많아진다. 내 생각과 다른 단어와 문장이 자주 튀어 나가고 나와 거리가 먼 나를 타인이 규정하도록 만든다. 오해받는 나, 일그러진 나로 생각하게끔 만든다. 그건 무서운 일이지만 어쩌면 그게 나일 수도 있는 일일까. 이렇게 생각이 이어지다 보면 진짜인 내가 이 생각의 그물 속에 어디쯤 걸려 있는지 나조차도 잊어버린다. 40P

눈을 맞추고 그래, 그렇지, 맞장구를 쳐도 가슴에 묵직하게 얹히는 것은 내 얘기고 내 슬픔이다. 말로 이해시킬 순 있어도 같은 깊이의 감정으로까지는 전달할 수 없다는 사실. 그래서 함께여도 종종 외로운 것이겠지. 54P